낙/읽기 - 34 post
- 은유, '다가오는 말들' 2019.07.25
- 고레에다 히로카즈, '걷는듯 천천히' 2019.07.13
-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2019.06.30
-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2019.06.17
- 남궁인, '지독한 하루' 2019.06.16
-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2019.06.16
- 김민철, '하루의 취향' 2019.05.21
- 김애란, '바깥은 여름' 2019.05.02
-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2019.05.02
- 유현준, '어디서 살 것인가' 2019.04.13
- 이오덕, '이오덕 말꽃모음' 2019.03.21
- 윤종신,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 2019.03.17
- 한강, '흰' 2019.03.17
- 비행운 2017.06.27
- 해킹사고의 재구성 2015.06.23
은유, '다가오는 말들' @ 20190725
고레에다 히로카즈, '걷는듯 천천히' @ 20190711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20190629
책이란 무엇인가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20190617
나는 시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외려 시파트가 너무 지루했다. 그냥 넘기려다가 대충 읽어서 넘겨버렸음.
남궁인, '지독한 하루' @ 201905
우연히 작가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짧은 글들을 접했고, 그 매력에 빠져 팔로우해서 구독한게 벌써 3년은 된 것 같다.
정말 재미있게 봤다. 읽히는 속도와 몰입감이 그간 읽어온 책들과는 차원이 달랐을 정도.
역시 삶이 드라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201905
첫 하루키책인데, 하루키 같은 문체가 뭔지 알 것 같다..
ㅋㅋ..
고작 한 권 읽어놓고 알 것같다니 건방져..
김민철, '하루의 취향' @ 20190523
정말 별 기대없이 읽으려고 빌린 책.
실제로 가볍게 술술 읽히면서도, '앗!' 싶은 구절들이 참 많았다. 책이 너무 얇아서 아쉬울 정도로 근래 본 책 중에서 가장 재밌었다.
이오덕, '이오덕 말꽃모음' @
20190320
여러분은 공부하기를 좋아합니까? 일하기를 좋아합니까? (중략) 그런데 어른들은 일을 괴로운 것으로 만들어놓았고, 그래서 일하기가 싫도록 해놓았어요. 어른들은 모두 바보입니다. <이오덕, 이오덕 말꽃모음 中 놀이와 일과 공부>
동심은 한마디로 사심 없는 마음이다. 이것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참과 착함과 아름다움의 세계다. 어린이문학은 이런 동심의 세계를 그리는 문학이다. 좀더 깊이 말하면, 동심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동심이 어떻게 해서 짓밟히고 비뚤어져 가고 있는가를 보여주며, 동심을 끝까지 지켜나가는 어린이와 어른들 삶을 그려 보이는 것이다. <이오덕, 이오덕 말꽃모음 中 동심과 어린이문학>
윤종신,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 @ 20190314
책이 발간되고부터 줄곧 읽고 싶었는데 계속 미루다가 요즘 독서에 맛들려서 회사 도서실에서 빌려봤다. 내 최애 가수의 책인데 평생 안 볼 순 없잖아..
작사가 윤종신으로 시작해서 가수 윤종신, 인간 윤종신까지 짚어 볼 수 있었다. 어떤 상황 속에서 가사를 썼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 가사를 부르는 지 알게 되니, 그 노래의 탄생 비화라던가 역사를 알게 된 느낌이랄까. '이 노래는 이런 마음으로 들어야겠다' 같은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윤종신의 가사는 멋들어진 가사가 아닌 담담히 일상 속에 쓰이는 문장과 단어를 조합해서 노랫 속 상황이 내 경험인 마냥 만들어준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인데도 공감을 일으킨다. 내가 다 쓰리고 아프고 슬프다.
앞으로도 쭉 즐겨 듣게 될 윤종신의 노래. 참 여러모로 닮고 싶은 사람이다.
한강, '흰' @ 20190312
정말 오랜만에 내가 책을 잡게 된 건 우연히 눌렀던 왓챠의 도서탭 추천이었다. 영화 <스테이션 에이전트>를 재밌게 봤다면, 이 책도 재밌게 볼 거라는 문구 하나에 이 책이 어떤 책인지도 모르고 충동구매?해서 뚝딱 읽어버렸다..
책은 작가가 '흰'에 대해 떠올린 단어나 문장들로 구성 되어있었고, 각 구성들은 길지 않은 산문 내지 조금은 긴 시 같았다. 출퇴근 하며 읽기에 흐름이 끊기지 않을 정도로 나뉘어진 구성이 적절해서 좋았음.
p.12 지금도 나는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라는 식물의 방어 물질에 사랑의 묘약이 섞여 있다고 믿는 편이다.
p.14 나의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
p.21 "신기해요. 어떤 음악을 들으면, 그 곡을 제게 처음 알려준 사람이 생각나요. 그것도 번번이요. 처음 가본 길, 처음 읽은 책도 마찬가지고요. 세상에 그런 게 있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 떠올라요. '이름을 알려준 사람의 이름'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건 사물에 영원히 달라붙어버리는 것 같아요."
p.24 "이 여자의 '생활'이 보여서"
p.55 나는 잠시 충만해져 '아, 보이지 않는 것에도, 그림자가 있구나' 감탄했다.
p.65 가을은 왔지만 가을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지치지 않고 번식하는 계절, 이 지나치게 싱싱한 여름은 먹성 좋은 괴물처럼 뚱뚱해져갔다.
p.70 하지만 서로의 몸이 물처럼 편안하게 섞여지는 느낌이 싫지 않았다. 자리끼를 찾듯 머리맡을 더듬다 그냥 그렇게 엉겨버리는 관계. 아찔하게 파도를 타는 게 아닌 깊은 물속을 유영하는 식의, 평범하고 아득한 정사.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몸을 탐하고 서로의 몸에 의지했다
p.95 그렇게 빗방울이 퍼져가는 모양을 그리다 보면 이상하게 내 안의 어떤것도 출렁여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100 하다못해 그들은 나보다 더 잘 울었으리라
p.126 칼바람이 불자 골리앗크레인이 휘청휘청 흔들렸다.
p.129 바람은 자기 몸에서 나쁜 냄새가 나지 않을까 염려하는 노인처럼 주춤거리며, 저도 모르게 물컹해져, 저도 모르는 봄 비린내를 풍기고 있다.
p.133 언제나 '어디'가 중요하다. 그걸 알아야 어물 수도 떠날 수도 있다고.
p.133 웃을 땐 하얗게 웃고 죽을 땐 까맣게 죽어간 여자.
p.146 "그러니까 제 말은요. 그렇게 우연히 노래랑 나랑 만났는데, 또 너무 좋은데, 나는 내려야 하고, 그렇게 집에 가면서, 나는 그 노래 제목을 영영 알지 못하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감동적인 음악을 들으면요. 참 좋다, 좋은데 나는 영영 그게 무슨 노래인지 알 수 없을 거라는, 바로 그 사실이 좋을 때가 있어요."
p.172 누군가 발 디딘 땅이되 전체를 안아볼 수 없는 행성의 둘레로, 허기의 크기로, 마냥 그렇게.
p.175 세계는 전보다, 또 방금 전보다 푸르게 묽어지고 있었다.
p.176 얼마 뒤 녀석이 지나간 자리에 안도의 긴 한숨 자국이 드러났다. 사람들이 비행운이라 부르는 구름이었다.
p.202 세계는 전보다, 또 방금 전보다 검게 짙어져가고 있었다.
p.207 피로가 풀리며 내 안의 피도 제 속도를 찾는 느낌이 났다.
p.222 관광보다 정착의 느낌이 간절했다.
p.242 도심 바깥의 동떨어진 고요 탓에 저 아래 대처의 풍경은 이국에서 날아온 엽서처럼 낯설게 다가왔다.
p.244 그렇게 오래 여행 가방 옆에 있자니 어쩐지 우리가 떠나온 사람 떠나갈 사람이 아니라 멀리 쫒겨난 사람처럼 느껴졌다.
p.250 어느 날 자리에서 눈을 떠보니 시시한 인간이 돼 있던 거다. 아무것도 되지 않은 채,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이 이상이 될 수 없을 거란 불안을 안고.
p.263 날이 맑아 하늘에는 총총 별이 있고, 여름 미풍에 가슴이 널을 뛰는 게, 아무나 막 사랑해버리고 싶던 밤.
p.266 "태국에 와 있다. 우리는 틈나는 대로 딴 나라말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내 나라말을 딴 나라말이라 불러보니 좋다. 고국에서는 한국어를 '하는' 혹은 한국어가 '있는' 느낌이었는데, 외국에서는 '한국어를 가지고 다니는' 기분이다."
p.291 지금은 새벽이라 불 밝힌 집이 많지 않은데, 몇몇은 추위 덕에 더 오롯하게 빛나네요.
p.292 괄호 속에 갇힌 물음표처럼 칸에 갇혀 조금씩 시들어갔을 언니의 스물넷, 스물다섯, 스물여섯…… 서른하나가 가늠이 안 됐거든요.
p.296 그래도 누군가 그렇게 저한테 어려움 없이 안기면 걔들과 결코 오래 볼 사이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가슴 한쪽에 슬며시 온기가 퍼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p.297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p.301 말 그대로 '교과서에 나오는 말' 같은 거. 올바르고 아름다운데, 실은 아무도 믿지 않는 말들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