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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다가오는 말들'



은유, '다가오는 말들' @ 20190725




p8. 하지만 편견, 무지, 둔감함은 지식이 부족해서 생기는 건 아니었다. 결핍보다 과잉이 늘 문제다. 타인의 말은 내 판단을 내려놓아야 온전히 들리기 때문이다. 타인의 입장에 서는 일이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지만 적어도 노력하는 동안 성급한 추측과 단정, 존재의 생략과 차별에 대한 예민성을 기를 수 있었다. 우리에세 삶을 담아낼 어휘는 항상 모자라고, 삶은 언제나 말보다 크다는 것. 이 예정된 말의 실패

p19.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

p91. "사랑에 빠지지 않는 한 사랑은 없다.'사랑은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치 않다는 점에서 쉽고, 자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어렵다. 그러니 사랑을 얼마나 해보았느냐는 질문은 이렇게 바꿀 수도 있다. 당신은 다른 존재가 되어보았으냐. 왜 사랑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비활성화된 자아의 활성화가 암울한 현실에 숨구멍을 열어주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존재의 등이 켜지는 순간 사랑은 속삭인다. "삶을 붙들고 최선을 다해요."

p100. 인간 사회는 민폐 사슬이다. 인간은 나약하기에 사회성을 갖는다. 살자면 기대지 않을 수도 기댐을 안 받을 수도 없다. 아기를 안고 공부에 나선 엄마처럼 폐 끼치는 상황을 두려워 말아야 하고 공동체는 아이들을 군말 없이 품어야 한다. 배제를 당하면서 자란 '키즈'들이 타자를 태제하는 어른이 되리란 건 자명하다. 건강한 의존성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만 우리는 관계에 눈뜨고 삶을 배우는 어른이 될 수 있다.

p104. "농땡이가 최고야. 젊어서 일 많이 하지 마시오. 늙어서 이렇게 아플 줄 알았으면 그렇게 안 했어. 젊었을 때는 뼈가 나긋나긋하니까 물불 안 가렸지. 농떙이가 최고야."

p112. 가장 빨리 미화되고 가장 느리게 진상이 밝혀지는 가족에의 환상

p128. 내가 아는 공감방법은 듣는 것이다. 남의 처지와 고통의 서사를 듣는 일은 간단치 않다.자기 판단과 가치를 내려놓으면서, 가령 '왜 이제 말하느냐' 심판하는 게 아니라 왜 이제 말할 수 밖에 없었을까 이해하려 애쓰면서, 동시에 자기 경험과 아픔을 불러내는 고강도의 정서 작업이다. 온몸이 귀가 되어야 하는 일. 얼마 전 본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당신이 할 말을 생각하는 동아 나는 들을 준비를 할 거예요."

p140.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가장 먼 존재라고 니체가 일갈했다시피, 가장 먼 타인인 자기 삶부터 들여다보고 자신과 소통을 시도하는 거다. (중략) 추상적인 다짐이 아닌 구체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 복기해보면 자기 감정과 생각, 욕망의 여러 층위와 갈래가 보이고, 나라는 사람은 하나로 정리되기 어려운 복합적인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자기에대해 섣불리 장담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서 타인도 함부로 재단하기 어려워진다. 조심스러워지는 일은 섬세해지는 일. 그렇게 내 판단을 내려놓고 남의 처지가 되어보는 게 공감의 시작이다.

p141.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무모함, 빠져나가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부어댈 때 잠깐의 흘러넘침, 그것이 사유의 결과물로 손에 쥐여진다. 이 아름다운 낭비에 헌신할 떄 우리는 읽고 쓰는 존재가 될 수 있다.

p191. 그런데 말하기와 글쓰기는 반대의 에너지가 든다. 글은 자기 생각을 의심하는 일이고, 말은 자기 확신을 전하는 일이다.

p275. "작은 조언도 큰 이론도 자신의 몸으로 영접하지 않은 한 자신의 앎이 되지 않는다."

p288. 내가 아는 배움의 최고 동력은 절실함이고 필수 조건은 덩어리 시간이다.

p300. "도덕성, 공감, 윤리, 이런건 한 번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것에 깃들어 있다."

p303. "무엇엔가 멈추어본 아이만이 자기 삶을 만날 수 있다. 자기 삶을 만난 아이만이 자세히 볼 수 있고, 자세히 볼 때 놀라운 삶의 경이를 만날 수 있다. 자기를 만난다는 것은 자기 흥을 만나는 것이고 그때 그 무엇에 정신을 팔았다는 말일 것이다."

p307.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슬픔이나 분노 같은 감정이 메말라서 고민입니다." 돈이나 스펙이 아닌 슬픔 없음을 근심하는 사람의 탄생이 내심 반가웠다. 한 사람은 어떻게 자기 감정과 느낌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물음은 어떻게 인간다운 세상이 가능한가와 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