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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혁주, '소리와 그 소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


심혁주, '소리와 그 소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 @ 20190523

★☆


티베트 학자가 들려주는 티베트 이야기.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작가가 직접 보고 느끼면서 체험한 티베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2부에서는 그러한 티베트를 배경으로한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 나온다.


1부는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는데, 2부는 중간에 보다가 재미없어서 반납했다.

이찬혁, '물만난 물고기'


이찬혁, '물만난 물고기'' @ 202001


악동뮤지션 이찬혁의 첫 소설. 


19년에 발매된 「항해」 앨범의 모티브라고 한다.


실제로 수록곡 제목들이 부제로 나오고, 해당 곡들을 들으면서 읽었더니 더 재밌다.


글을 상당히 잘 쓴다는 느낌. 상상력 뿐 아니라 표현력이 좋은 것 같다.


앤드루 포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20191227


짧은 글들이 모아져 있는 산문집만 즐겨보던 내게 직장동료가 추천해준 단편 소설.


장편보다 단편이 더 쓰기 어렵고, 그 여운이 더 오래 가는 것 같다.

어떻게 채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비우느냐.

그 공백이 주는 채움이 있다.


p92. "자만심은 물리학자에게 있어 가장 큰 방해 요인이지요." 그는 스토브에서 주전자를 들어 도자기 포트에 뜨거운 물을 옮겨 부으며 말했다.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ㅎ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中>

p266. 살랑살랑 불던 산들바람이 차가워졌고 하늘은 구름으로 뒤덮이더니 잿빛으로 변했다. 캘리누나와 남자친구인 채드 윈터스는 뒤뜰에 있는 테니스 장비 보관실 뒤에서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들이 돌려 피우던 마리화나의 타들어가던 빛을, 옅은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밝은 오렌지색 반딧불이처럼 반짝이던 그 빛을 기억한다. <코네티컷 中>

하니니, '4일만에 사직서'


하니니, '4일만에 사직서' @ 20191210


하니니님의 두 번째 책.


저번 책은 내가 선물했었는데, 이번에는 선물받았다.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20191205

★☆


박상영,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 ★★

김희선, '공의 기원' / ★★

백수린, '시간의 궤적' / ★★★

이주란, '넌 쉽게 말했지만' / ★★☆

정영수, '우리들' / ★★★☆

김봉곤, '데이 포 나이트' / ★☆

이미상, '하긴'/ ★☆


p86. 그 모습을 뒤에서 보는데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덜컴 무섭더구나. 네가 더이상 내가 아는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에. 네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네가 걷고 싶은 길을 너의 속도로 걷는 게, 너만의 세계를 가진 아이라는 게 그렇게 섭섭하고 무서웠다. <박상영,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中>

p156. 그러니까, 어떤 이와 주고 받는 말들은 아름다운 음악처럼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 대화를 나누는 존재들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세계로 인도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백수린, '시간의 궤적' 中>

p227. 지난 말들을 다 주워 담을 순 없겠지만 이제라도 그러지는 말자고,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쉬운 말과 글을 쓰고, 고마운 줄 알고 미안한 줄 아는 단정한 마음을 가지자고. <이주란, '넌 쉽게 말했지만' 작가노트 中>

p325.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니. 무슨 지력으로 사랑할 수 있니. 나를 보는 너의 눈을 경유해 나를 보고,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뿐이잖니. 그러므로 네가 나를 제대로 봐주지 않는다면, 네 눈이 나를 초점화하지 않는다면, 네 눈이 동태눈깔이면 나는 나를 무어로 상상하고, 내가 무어로 존재할 수 있겠니. 네 시선, 기대, 실망 속에서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돼. 아니 그러려고 노력해. 네 바라봄이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살 수조차 없어. 지금 나는 생존에 대해 말하고 있어. 네 눈이라는 내 생존의 조건에 대해. <이미상, '하긴' 中>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 20191120

★★



p15. 삶은 자주 위협적이고 도전적이어서 우리의 통제 능력을 벗어난 상황들이 펼쳐진다. 그때 우리는 구석에 몰린 소처럼 두렵고 무력해진다. 그럴 떄마다 자신만의 영역으로 물러나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추스리고, 살아갈 힘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숨을 고르는 일은 곧 마음을 고르는 일이다. (중략) 가장 진실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퀘렌시아이다. 나아가 언제 어디서나 진실한 자신이 될 수 있다면, 싸움을 멈추고 평화로움 안에 머물 수 있다면, 이 세상 모든 곳이 퀘렌시아가 될 수 있다.

p17. '삶의 파도들이 일어나고 가라앉게 두라. 너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너는 바다 그 자체이므로.' 삶에서 소중한 것을 잃었을 떄, 매일매일이 단조로워 주위 세계가 무채색으로 보일 때,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상처 받아 심장이 무너질 떄, 혹은 정신이 고갈되어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렸을 때, 그때가 바로 자신의 퀘렌시아를 찾아야 할 때이다.

p21. '나'에게서 '모든 존재를 포함한 더 큰 공동체'로 사고의 중심축을 이동하는 것, '나'의 자리에 '세상'을 앉히는 것이 곧 깨달음이다. 기준이 아직 '나'에게 머물러 있다면 자기 생존과 이익에만 집착하는 일차원적 인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오늘날 세상의 모든 문제는 이 자기 중심의 기준에서 비롯된 것이다.

p26.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더 자주 소리를 지른다. 낯선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는 경우는 드물다. 더 사랑해야 할 사람에게 더 상처를 주는 것이다. 다음번에 화가 날 때 이 우화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목소리의 크기는 가슴과 가슴 사이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것을. 그리고 소리의 크기만큼 더 멀어지는 관계가 된다는 것을. 소리 지를 때 더 고통받는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불붙은 석탄을 던지는 사람은 자신부터 화상을 입는다. 내가 사람들에게 화를 내면서 깨닫는 것은 그러한 행동이 나를 주위 세상으로부터 더 고립시키다는 것이다. 혹시 우리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멀어진 관계 속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고독자가 아닐까.

p27. 상대방이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면, 그것은 나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고 거리를 좁히고 싶다는 뜻이다. 다정한 관계를 묘사하는 단어 중에 '첩첩남남'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목소리로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양이나 남녀가 마음이 맞아 정답게 속사이는 모습'을 의미한다. 가슴이 더 멀어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소리치지 않기, 작은 목소리로 말하기이다.

p46.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나란히 걷는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에서 발견되는 것이기 떄문이다. 행복의 뒤를 좇는다는 것은 아직 마음이 담긴 길을 걷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가고 싶은 길을 가라, 그것이 마음이 담긴 길이라면. 마음이 담긴 길을 갈 때 자아가 빛난다.

p59. 투르니에는 단언한다. 예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이며, 그와는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 우정은 예찬하는 가운데 생겨나는 것이기 떄문이다. 투르니에의 설명에 따르면 현실 세계는 본래부터 천연색이 아니라 흑백, 다시 말해 근본적으로 무채색이다. 그 현실에 색깔을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눈이고 예찬이다.

p60. 어느 자연주의자는 말한다. "아침과 봄에 얼마나 감동하는가에 따라 당신의 건강을 점검하라. 자연의 깨어남에 대해 당신 안에 아무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른 아침 산책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잠을 떨치고 일어날 수 없다면, 첫 새의 지저귐이 전율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눈치채라. 당신의 봄과 아침은 이미 지나가 버렸음을."

p62. 부자는 누구인가? 많이 감동하는 사람이다. 감동할 줄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다. <지상의 양식>에서 앙드레 지드는 말한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 가듯이 바라보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p67. '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라는 말은 진리이다. 자세히 볼수록 더 모르게 된다. 그것이 존재의 신비이다. 한 존재를 아는 것은 한 세계를 끌어안는 일이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모르는 그 무한한 세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이름과 성별과 직업으로 분류하고 규정짓는 순간, 나는 그 무한한 세계를 사랑하기를 포기한 것이다. (중략) 당신은 이름 없이 나에게로 오면 좋겠다. 나도 그 많은 이름을 버리고 당신에게로 가면 좋겠다. 이름을 알기 전에 서로를 느끼면 좋겠다.

p163.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우리는 '나처럼 해 봐.'라고 말하는 사람 곁에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나와 함께 해 보자.'라고 말하는 사람만이 우리의 스승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중략) 세상에는 마음의 세계에 대해, 삶과 진리에 대해 설명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모든 병에 정통한 의사처럼 해답을 제시한다. 그러나 공식처럼 들려 주는 설명은 때로는 독과 같다. 이해라 아니라 관념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진리를 발견했다고 말하는 사람을 따르지 말고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을 따르라고 현자들은 권한다.

p168. 시인 루미는 말했다. "세상은 산이다. 당신이 말하는 것마다 당신에게로 메아리쳐 돌아올 것이다. '나는 멋지게 노래했는데 산이 괴상한 목소리로 메아리쳤어.'라고 말하지 말라. 그것은 불가능하다."

p181. 우리가 겪는 일들은 삶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사건들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일어난다. 예기치 않았던 불행은 껍질을 태워 버리는 불과 같아서 껍질 속에 가려져 있던 우리 본연의 모습을 보게 한다.

p183. 시인 루미는 썼다. '상처를 외면하지 말라. 붕대 감긴 곳을 보라. 빛은 상처 난 곳을 통해 네게 들어온다.'

p204. 과거를 내려놓고 현재를 붙잡는 것이 삶의 기술이다. 오래전에 놓아 버렸어야만 하는 것들을 놓아 버려야 한다. 그다음에 오는 자유는 부한한 비상이다. 자유는 과거와의 결별에서 온다. (중략)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는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다.'

p205. 내려놓을수록 자유롭고, 자유로울수록 더 높이 날고, 높이 날수록 더 많이 본다. 가는 실에라도 묶인 새는 날지 못한다. 새는 자유를 위해 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 자체가 자유이다. 다시 오지 않을 현재의 순간을 사랑하고, 과거 분류하기를 멈추는 것. 그것이 바람을 가르며 나는 새의 모습이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라도 날개를 펼치고 있는 한 바람이 당신을 데려갈 것이다. 새는 날갯깃이 닿는 그 바람을 좋아한다.

p236. 고통은 우리를 동굴 안에 가두며, 영원히외부의 빛을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다. 삶이 이대로 끝나 버릴 것 같다. 그러나 그 기간을 통과하면 어느 날 봄 햇살이 느껴지고, 터질 듯한 꽃망울들이 보이고, 바람을 이겨 내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가온다. 어떻게 뿌리를 내렸을까 싶은 돌틈의 풀꽃에서 힘을 얻는다. 그 눈뜸, 세상과의 새로운 만남 하나만으로도 어둠의 시기는 가치가 있다.

p244. <불완전함의 영성>의 저자 어니스트 커츠는 썼다. "우리는 부서짐이 우리를 온전한 존재로 이끈다. '부서진 마음을 가진 사람만큼 온전한 이는 없다.'고 사소브의 랍비 모세 라이브는 말했다. '온전함'이라는 말이 '부서지지' 않은 마음,즉 고통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p247. 인간에 대한 가장 나쁜 예의는 '너는 온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바로잡아야만 한다.'는 자세이다. 각자의 내면에 훌륭한 교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일이다. 자신이 가진 유일한 연장이 망치일 때는 모든 대상을 튀어나온 못으로 보게 된다. (중략) 행복한 관계는 비평이나 조언이 아니라 상대방의 '순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을 때 찾아온다.

p265. 미국 시인 마야 안젤루는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로 평가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시인 메리 올리버는 묻는다. "당신은 단지 조금 숨을 쉬면서 그것을 삶이라 부르는가?" 숨 막히게 사랑한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가? 숨 막히게 몰입한 순간, 삶과 숨 막히게 접촉한 순간이. 그것이 꼭 거창한 순간일 필요는 없다.

p266. 죽어서 여행 가방이 텅 비지 않도록 '가슴 뛰는 순간'을 많이 살아야 한다. 스스로 감동하는 순간들, 삶을 자신의 가슴에 일치시키는 순간들을. 이 세상을 떠날 때 당신이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들은 당신의 가슴에 담긴 것들이다.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 201911

★☆


지인한테 추천받고 읽은 책.


가볍게 읽힌다. 근데 나랑 너무 안 맞음..


p.31. "제 일에 열정이 없어서 걱정이에요."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고민인데, 나는 이런 고민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뭐랄까, 눈앞에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을 앉혀놓고 "저는 왜 이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거죠?"라고 묻는 것과 비슷하달까? 아무리 애를 써도 어떤 일에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 일을 좋아하지 않는 거다. 열정은 애정을 기반으로 한다.

p34. 열정도 닳는다. 함부로 쓰다 보면 정말 써야 할 때 쓰지 못하게 된다. 언제가는 열정을 쏟을일이 찾아올 테고 그때를 위해서 열정을 아껴야 한다. 그러니까 억지로 열정을 가지려 애쓰지 말자.

p129. 자신의 감각과 안목, 취향을 믿는 것. 실패를 감당할 각오를 하는 것.

p193. 성공해도 실패해도 다 내 책임이다. 그러면 인생이 좀 덜 억울하다. 내 인생이니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 201910

★☆




p25. 경험자들의 조언에 매달려 살아가려는 나를 직접 불확실성과 껴안게 하려고. 미지의 영역에 들어설 때 안내자가 아니라 눈앞의 실체와 만나게 하려고. 결국 삶은 답을 알려줄 것이므로. '새는 날아서 어디로 가게 될지 몰라도 나는 법을 배운다.'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p27. 외부 상황에 대한 지나친 해석으로 내면의 전투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일은 인간 심리의 흔한 측면이다.

p28. 강박적인 생각을 내려놓을 때 마음과 가슴이 열린다. 우리는 영원하지 않은 문제들에 너무 쉽게 큰 힘을 부여하고, 그것과 싸우느라 삶의 아름다움에 애정을 가질 여유가 없다. 단지 하나의 사건일 뿐인데도 마음은 그 하나를 전체로 만든다. 영적인 삶의 정의는 '가슴을 여는 것' 혹은 '받아들임'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p42. 작자 미상의 누군가가 말했듯이, 인생은 폭풍우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아니라 빗속에서 어떻게 춤을 추는가 하는 것이다.

p92. '매장'과 '파종'의 차이는 있다고 믿는다. 생의 한때에 자신이 캄캄한 암흑 속에 매장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사실 그때 우리는 어둠의 층에 파종된 것이다. 청각과 후각을 키우고 저 밑바닥으로 뿌리를 내려 계절이 되었을 때 꽃을 피우고 삶에 열릴 수 있도록. 

p99. 사랑, 이해, 공감의 공통점은 나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가슴, 그래서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주는 마음이다.

p101.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과 함게 있고 싶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그 사람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이 좋아지고 가장 나다워지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를 멀리하고 기피하는 이유는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이 싫어지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런 행운을 가졌는가? 누군가가 당신에게 "나는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p108. 우리를 쓰러뜨리는 것은 이 무력감이다.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바로잡을 수 없을 때 우리는 존재가 무너지는 것을 느낀다. 

p144. 생각은 언어만큼이나 쉽게 전염된다. 마음이라는 공간 안에 담겨 있는 '나의 고유한 생각'들은 수많은 '타인의 생각'들과 혼합되어 있다. 따라서 내가 어떤 생각들과 나를 동일시하면서 '이것은 나야'라거나 '이것은 내가 아냐'라고 말할 때, 그것은 어디까지 참일까? 혹시 외부와 상호작용하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나'인데도 내가 마음이라는 공간 안에 가상의 고정된 나를 만들어 놓고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이 자기 착각은 가장 알아차리기 어렵다.

p168. 그 유리잔처럼 나의 육체도, 내 연인의 육체도 이미 부서진 것과 마찬가지임을 알 때 삶의 매 순간이 소중해진다. 소중함과 가치가 두려움과 슬픔보다 앞선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은 '덧없고 영원하지 않으니 집착하지 말라'는 의마만이 아니라 '영원하지 않음을 깨달음으로써 지금 이 순간 속에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다. '영원하지 않음'을 우리가 통제하려고 하지 않을 때 마음은 평화롭다.

p175. 모든 일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며, 모든 만남에는 의미가 있다. 누구도 우리의 삶에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내 삶에 왔다가 금방 떠나고 누군가는 오래 곁에 머물지만, 그들 모두 내 가슴에 크고 작은 자국을 남겨 나는 어느덧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당신이 내 삶에 나타나 준 것에 감사한다. 그것이 이유가 있는 만남이든, 한 계절 동안의 만남이든, 생애를 관통하는 만남이든.

p180. "당신의 삶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가 있어서 오는 사람, 한 계절에만 등장하는 사람, 혹은 평생 동안 만남을 갖는 사람이 있다. 그중 어디에 속하는지 알면, 저마다의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다."

p190. 세상과의 불화가 나날이 늘어날 때 혹시 기쁨의 근원이 내 안에서 줄어든 것이 아닌가 의심해 봐야 한다. 톱니바퀴가 닳아 제대로 정오를 가리키지 못하는 시계처럼 삶에 대한 신뢰와 열정이 멈춘 것은 아닌가도.

p209.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얼마만큼 아는 것을 의마할까? '안다'처럼 정반대의 말과 같은 의미인 단어가 또 있을까? 가까운 관계라 해도 어떤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에 가깝다. 섣부른 판단으로 우리는 누군가를 잃어 간다. 관계가 공허해지는 것은 서로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유시민, '역사의 역사'


유시민, '역사의 역사' @ 201910

★☆


최근에 가벼운 에세이나 단편소설만 읽어 왔더니, 이 책 처음 폈을 때는 한 줄 한 줄이 그렇게 어렵더라.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인물들의 이름과 사건들 때문에 한 줄 넘어가기가 어려웠는데, 참고 계속 읽다보니 최근 봤던 어느 책들보다 가장 재밌었다. 작가는 독자의 어려움을 알고, 어려운 내용은 한 번의 설명이 아니라 꾸준히 언급해주면서 이해를 쉽게 해준다. 이렇게 방대하고 어려운 내용을 이토록 쉽게 정리해놓은 것을 보면 작가의 내공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낀다. 


너무 찬양글 같네..



멜로가 체질


멜로가체질 @ , 20191005

★★★★★


ㅇ 리뷰 댓글 중에 '청춘시대 30대 버전' 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정말 그랬다. 나이 때문인지 오히려 청춘시대 보다 더 와 닿더라.


마인드 헌터


마인드 헌터 @ 넷플릭스, 20190930


ㅇ 원래 수사물 안 좋아하는데, 배우들 연기력과 연출때문에 엄청 몰입해서 봄. 순식간에 시즌 2까지 다 봐버렸당

ㅇ 예전에 재밌게 봤었던 <프린지>의 안나토브가 나오더라. 역시 목소리나 분위기가 깡패 수준.. 



애드 아스트라



애드 아스트라 @ 롯데시네마 부평, 20190921


ㅇ 으.. 관크때문에 중간에 자리 옮겼서 봤다


남궁인, '만약은 없다'


남궁인, '만약은 없다' @ 20190920



마리안


마리안 @ 넷플릭스, 20190915


ㅇ 시각이나 음향 연출은 대단,, 근데 스토리가 영 아니다. 개연성도 부족하고. 그럼에도 별 4개

ㅇ 오로르 역의 티펜 다비오(Tiphaine Daviot). 최근 본 여배우 중에서 제일 예뻤다.. ㅎㅎ


그것: 두 번째 이야기


그것: 두 번째 이야기 @ 롯데시네마 부평역사, 20190913

★☆


ㅇ 진짜 역대급 관크. 옆자리에 두명씩 앞뒤로 남자 일행 넷이 있었는데, 웃긴장면 아닌데도 자꾸 웃어대질 않나, 자꾸 옆 자리 친구한테 내용 설명하지 않나.. 보는데 정말 집중 하나도 안 됐다. 특히 옆에 앉은 남자는 덩치가 엄청 컸는데, 영화보는 내내 살을 벅벅 긁더라. 근데 그 벅벅 긁는 소리가 대사 소리보다 더 커.. 움직일때마다 땀 냄새도.. 으아ㅏㅏㅏㅏㅏㅏㅏㅏ엄청 짜증났다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