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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하루의 취향'


김민철, '하루의 취향' @ 20190523


정말 별 기대없이 읽으려고 빌린 책. 


실제로 가볍게 술술 읽히면서도, '앗!' 싶은 구절들이 참 많았다. 책이 너무 얇아서 아쉬울 정도로 근래 본 책 중에서 가장 재밌었다.


"살다 보면 말이야.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지. 그러니까 말이야 좋은 날이 왔을 때 우리는, 그날을 최대한 길게 늘려야 해."

반면 회사에 No가 없다면 위험하다. 상사의 지시에 아무도 No를 말하지 않고 복종을 한다는 건, 회사가 이미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는 징조다. 젊은 생각이 사라져버린 회사에 내일이 있을 리 없으니까. 회의실에서 아무도 No를 말하지 않는다는 건, 직원들 대부분이 이미 그 일을 어느 정도 포기해버렸다는 징조다.

아, 나는 이보다 더 극진한 사랑 고백을 알지 못한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한 사람을 보며, 매일 같은 장난을 쌓으며, 늙었을 때 그 장난을 고백하는 장면까지 생각하는 사랑. 늙은 그 사람이 단 한번 깔깔 웃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매일 마음은 간질거리고 그 마음으로 오늘치 차가운 물을 준비하는 사랑.

대단한 깨달음을 주는 스승을 만나지 않아도, 위대한 책을 만나지 않아도, 때론 시간이 훌륭한 스승이 되곤 한다.

나의 짝사랑은 철저한 짝사랑. 인사도 한 번 하지 않고, 눈 한 번 마주치지 않는 짝사랑. 혹시 눈 마주치게 되더라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사랑. 심장이 터질 것 같아도 얼굴 근육 하나 움직이지 않는 사랑. 절대 들키지 않는, 절대 들키지 않기 위해 안감힘을 쓰는 짝사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전공은 변하지 않았다. 짝사랑. 내 감정에 책임질 필요가 없으니 편리하고, 상대의 감정을 고려할 필요가 없으니 평온했다.

나는 늘 사랑이라는 호숫가에 서 있기만 했다. 아름답다고 감탄만 하고, 손 한 번 담그지 않았다. 마치 손을 갖다 대기만 해도 온몸이 푸른 색으로 물들어버릴까 걱정하는 사람처럼. 나는 철저하게 호숫자에 서 있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