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든다는 건
패배의식같은 말이지만,
사회 속에서 나의 위치를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어렸을 때는 항상 나 잘난 맛에 살았다.
공부 운동 외모 모두 나정도면 상위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고 주변에선 늘 비판보단 칭찬을 해주니 나보다 잘난 사람을 봐도 대단하다는 생각보단 "나도 노력만하면 저정도쯤이야"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 신념과 정의대로 행동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 마인드를 평생 갖고 살순 없더라.
살다보면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해보게 되고, 살다보면 잘못하지 않았어도 사과해야하고, 살다보면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상황에서도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게 좋다는걸 깨닫게 되더라.
이상적인 인생로드맵을 그리고, 그것이 당연히 모두 실행될 줄 알았던 어린시절의 나는 내 능력의 한계를 보고, 현실과 타협하는 현재의 내가 되었다.
나 역시도 특별한 사람이 아닌, 이 사회의 톱니바퀴 중 하나라는 걸 인식하고 나니 삶의 의미는 큰 성공을 통한 성취감보단 일상속의 소소한 행복으로 바뀌게 되었다.
퇴근하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술 한잔 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요새는 삶의 목표가 되었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슬픈 일이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에 만족한다.
<2017. 05. 28. 페이스북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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